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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Ju Eun

이주은: 길에서 만난, 잔혹하리만큼 가까운 섬 여기 사물들이 있다. 그들이 배경이 되어 무대처럼 보이는 이 곳. 이번 전시, 는 이주은 작가가 기록해온 그 동안의 ‘사물기행’이 적축된 듯하다. 여기에 관공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 화분들과 편의점 앞의 빨간 플라스틱 의자, 그리고 총천연색의 새들이 위치하고, 그 뒤로 크레이터가 가득한 달의 모습을 배경으로 중앙 바닥에는 물이 채워지지 않은 수영장이 있다. 친숙한 사물들인데 그 풍경은 낯설다. 사물들의 풍경은 작가의 작품 속에서 자주 등장해왔다. 이때 그녀의 작품 제목들은 자신만의 레퍼토리를 구성해 왔다. 작가는 빛이 들어오는 빈 곳에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사물들을 등장시켰다. 그리고 그것들이 본래 위치했던 주변들을 거두고, 다락방의 선반이나 고운 천 주름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그 사물들은 단조로운 일상에 잔잔한 떨림을 준, 경이로운 순간들을 머금고 있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의 틈에서 일상이 지닌 잠재성이 발견되는 순간이었다. 고요하고 향기롭기까지 한 그 공간 속에서 그 미세한 동요는 그렇게 순조롭게 경험되는 듯했다. 그러나 작가가 사소한 사건이라고 말해 온 그 만남들이 이번 전시에서는 그렇게 사소하지만은 않게 다가온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여러 개의 기표들을 동시에 제시하는 공간을 연출했다. 이번에도 작가는 오롯이 사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을 지워내고 사물과의 독대를 시도했지만, 이 공간은 하나의 무대를 설정하고 있다. 삶과의 거리를 두고자 실제 맥락을 제거한, 공연을 위한 무대. 전면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들이 하나의 조명이 되어 내리는 평온한 듯한 그녀의 무대에는 여러 이야기들이 공존한다. 황학동의 골동품 사이에서 우연히 발견한 새 조형물에서 작가는 새들의 눈물을 통해 비상할 수 없는 서글픔을 끌어내고, 허술한 나무 지지대에 기대어 있는 실내 대형화분의 사진들로 익숙함 뒤에 숨어있는 위태로운 순간들을 표상한다. 그런가 하면 그녀의 비어있는 의자들은 등장인물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존재를 더 강하게 환기시키는 장치가 된다. 마치 누구인지도, 과연 올지 안 올지도 모를 고도(Godot)를 기다리는, 우리의 부조리한 삶을 은유하는 기다림처럼 말이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그 사물들은 우리가 직접 다가가서 열지 않으면 결코 볼 수 없는 무엇인가를 그 자신 안에 담고 있으며 담겨 있는 내용물을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는 대상들이다. 그러나 이전의 그녀의 작품들이 사물이 스스로의 체험을 서술하게 하는 모노드라마에 가까웠다면, 그녀의 이번 전시는 사물의 개체적 경험을 의도적으로 방해함으로써 그 물질성에 집중하게 하기 보다는 그들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공간적 밀도에 더 주목하게 한다. 그녀는 사물들의 극적인 독백 대신, 그것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순간순간 다른 의미를 발생시키고자 함이다. 전혀 다른 시공간에서 가져온 이미지들 위에 여러 겹으로 쌓아 올린 레진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스스로를 포장하며 성공을 위해 발버둥치는 우리 모습처럼 겉돈다. 그 아래에서 목탄과 레진이 만들어내는 우연한 번짐은 그 과정이 고단했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예술과 삶에 대한 자의식의 탐구가 그렇게 더 극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작가는 우리도 일상과 비일상의 묘한 간극을 일으키는 그 무대 위로 초대한다. 참다운 나를 돌아볼 기회조차 빼앗긴 우리에게 그 고단함에 더 이상 힘들어 하지 말라고 권하는 듯하다. 작가는 물질적 풍요와 여가를 소비하는 도시의 이 겨울, 스산하게 텅 빈 수영장에서 사탕발림이 만연한 삶 속에서 놓쳐온 본연의 참모습을 돌아보라고. 그렇게 작가는 관람자로 하여금 제 4의 벽 너머로 우리의 굳어진 관념 속에서 모순과 소외를 경험하게 한다. 세상이 연극 무대와 다르지 않다는, 테아트럼 문디(Theatrum Mundi)처럼 삶에 대한 회의감이 이 무대를 지배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 허무감에 그녀는 바로크 연극처럼 삶을 극적으로 각색하거나 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약간의 거리 두기만으로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것은 캔버스 위에 프린트된 건물벽이 보여주듯이, 우리의 현실적 공간에서 내밀어진 캔버스의 두께,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 여기에 작가는 그저 인생이라는 존재를 드러내고자, 무감각을 깨울 여러 계기들을 던진다. 작가가 이전 나무 조각품에서 시각 너머의 숨과 결을 머금게 했고, 관엽식물의 이미지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은은한 향기를 풍기게 한 것처럼 말이다. 그것들은 범람하는 이미지와 조금 거리를 두고 우리가 그 동안 보지 않으려 한 것들을 보이게 하는 장치들이었다. 그 드러남은 단순히 일상에서 보이는 것을 지각하는 것으로는 불가능한 과정이다. 오히려 마음에 그린 후 남은 빈 액자에서 금이 간 유리나 먼지, 얼룩 자국들을 통해 주변 공간과 시간의 흔적들을 보여준 작가의 이전 작품에서처럼, 없음을 드러냄으로써 있음을 인정하고 인식하게 될 때 더 큰 울림을 준다. 그래서 안온한 분위기의 노란 벽과 쓸쓸해 보이는 수영장 바닥의 공간적 대비가 결코 사소하지 않다. 작가는 이 무대를 길에서 만난 섬이라 표현한다. 이전의 작업들에서 보여준 각각의 신(scene)들이 압축적으로 제시된 이 무대는 그녀에게 하나의 섬이었다. 고독한 삶 속에서 각별한 순간과 장소들을 쫓던 그녀의 사물기행의 종착지는 자기를 찾고자 떠난 길에서 만난 섬이었다. 무감각해져 버린 것들을 보이게 연출한 그녀의 섬은 장 그르니에의 그것과 닮았다. 돈키호테의 이상이나 가공적인 천국이 아니라 그저 일상적인 감정의 표현을 위해 ‘영광스러운 대용품들’을 제시하고 있는 보로메의 섬. 긴긴 여행을 무색하게 만들면서 결국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참 모습을 알아 볼 수 있게 하는 그 섬은 우리 주변에 너무나 가까이 있었다. 삶은 그 자신을 내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제대로 보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약간의 거리 두기로 도달할 수 있는 곳. 그 섬은 ‘잔혹할’ 정도로 가까이 있었다. 이주은의 길에서 만난 섬이 고마운 이유이다.

Lee Ju-eun : Island met on the street, so near that it is brutal There are things. This place in which they become a background, making it look like a stage. This exhibition, appears that ‘Travels of Things’ artist Lee Ju-eun has recorded are accumulated. Here, there are potted trees often seen in public offices and a red plastic chair in front of the convenient store and birds in full color, and behind them there is a swimming pool unfilled in the center of the bottom with a background of a moon full of craters. The things are familiar but the scene is unfamiliar. The scenes of things are often seen in the artist’s works. Then, her work titles have formed her own repertory. The artist presented things she came across in repeated daily life, in an empty place bringing in light. And, she removed surroundings where the things were originally placed and put them on the shelf of the attic and creases in fine cloth. To her, the things have wonderful moments that have given her monotonous life a little thrill. That was the moment where a potential of daily life was found through a crack in the landscape. In a quiet and fragrant space, the small thrill seemed to be experienced naturally. But, the meetings the artist have mentioned as a small event are not that trivial in this exhibition. In this exhibition, the artist displayed the space presenting various signifiers that don’t seem to be correlated. The artist built surroundings to only focus on a thing this time as well and tried to have a private consultation with the thing, but this space sets a single stage. That is a stage for performance which removes the real context in order to keep it away from reality. Various stories coexist on her stage that seems to be peaceful as lights streamed through the front window become one light. The artist who accidently found a bird sculpture among antiques in Hwanghak-dong educes sorrow and embodies risky moments hidden behind familiarity, using photos of big pots. And, her empty chairs become the media to strongly remind a certain existence despite the absence of characters, like waiting for Godo we don’t know who he/she is and he/she will come or not and waiting for metaphor for absurd life. According to her expression, the things are the objects that contain something invisible unless we approach and open and express themselves through their content. But, her works were like monodrama while this exhibition put more focus on spacious density their combination makes, rather than focusing on materiality by intentionally hindering objective experiences of things. She wants the atmosphere to give different meanings every moment, instead of focusing on a dramatic monologue. Resin layered on images brought from totally different time-space wanders around, like us who are conscious of the eyes of others, decorate ourselves, and struggle to succeed. Natural spread made by charcoal and resin underneath may show how difficult the process is. Serious introspection on life and inquiry of self-consciousness about life is highlighted more extremely. The artist invites us as well to the stage that makes a strange gap between usual and unusual lives. To us deprived of opportunity to look back on our true self, she seems to suggest that we no longer have a tough time living. The artist suggests that we look back upon our true colors that we have missed in this winter of a city in which we enjoy material affluence and leisure, in an empty and bleak swimming pool, and a life full of honeyed words. The artist provides the audience with an opportunity to experience contraction and alienation in our fixed notion, over the fourth wall. Like Theatrum Mundi: the world as a work of art, skepticism about life may dominate the stage. But, due to the sense of futility, she neither dramatizes nor exaggerates life like baroque drama. Rather, she says keeping a little distance is enough. As printed building wall is seen on the canvas, that thickness of the canvas pushed out of realistic space is also enough. Here, the artist throws many motivations that will awaken insensitivity in order to disclose existence called a life. It is like her previous tree sculpture that kept breath and grain beyond visibility and released an invisible delicate fragrance from the image of foliage plant. Those are tools allowing us to look at the things that we had neglected to look at, keeping a little space from too many images. The disclosure is a process that is not possible through simply recognizing something visible in our daily life. Rather, accepting presence by disclosing absence and recognizing it arouses a bigger echo, like her previous work with traces of surrounding space and time through a cracked sheet of glass and marks on the left and empty frame after drawing in mind. So, space comparison between the yellow wall of peaceful mood and a swimming pool floor of a forlorn look are never trivial. The artist expresses this stage as an island she met on the street. This stage where each scene in her former works is compressively presented is a single island to her. Her destination for Travels of Things in pursuant of special moments and places in her lonely life is an island she met on the road she hit to find herself. Her island that makes insensible things visible resembles Jean Grenier’s Islands. The Borromean Islands suggesting ‘glorious substitutes’ to express daily feelings, not Don Quixote’s idea or virtual paradise. That island that overshadowed a very long journey, eventually frees me from myself, and allows me to recognize the truth is too close around us. This is not because life is hidden but because we do not try to look at it. The place we can approach with somewhat distance. The island is so close that it is ‘brutal’. This is why I am grateful to Lee Ju-eun’s ‘Island met on the Str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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